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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네팔] 비자 받는 날

최희철, 김은영 2011-08-06 (토) 13:36 13년전 3000  

네팔에서 함께하시는 하나님 8(2011. 7. 20)
최희철, 김은영 선교사

드디어! 
드디어 손에 잡았다. 6개월 비자! 하루만 늦었어도 불법체류자 블랙리스트에 올라 갔을텐데..
트리뷰반 국립대학 비쇼바사 캠퍼스의 랭귀지 코스 학생비자이다. 가족 중 1사람이 학생으로 등록하면 동반 가족들의 경우 소정의 추가비용을 지불하고서 비자를 받게 된다. 1학기(6개월) 수업료 400불(가족 1인 추가 시40불 추가), 복수비자 1인당 월 60불(2인 120불 6개월 합계 720불)이다. 총 비용으로 6개월마다 1160불을 내면서 살아야 한다. 네팔에 살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댓가이다. 
돈을 낸다고 비자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7월 초, 학교에 내는 서류(여권 사본, 사진 2장, 은행잔고 2500불 증명서류, 대사관 재 네팔 한국인 확인서류)를 접수한 뒤 3주 후에 오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약속된 날짜에 찾아갔다. 물론 하루 전에 함께 비자를 받아야 하는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약속을 확인하였다. 학교에 도착했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하였다. 조금 일찍 도착한 많은 외국학생들이 화를 내기도 하고 기가 막혀하기도 하며 두셋씩 모여 학교를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알아보니 교육연맹이 주관하는 번더(동맹휴업, 일종의 데모)라서 담당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측에서는 물론 사과 한마디 없이 내일 오라고 한다. 교육국에서 학생임을 확인한다는 편지 한 장을 받는 것인데 네팔에 사는 것이 실감난다. 
다음 날 학교에서 재학생 확인 서류 받아서 이민국으로 갔다. 비자 신청서, 사진 3장, 은행잔고 증명서 원본, 등록금 영수증 사본 등 모든 서류를 제출하는데, 서류 확인 후 2,3층을 오르내리며 5-6군데 사무실을 직접 서류 들고 돌면서 사인 및 도장을 받아(과정 중에 담당자가 자리를 비었을 경우 무작정 기다렸다가) 2시간 만에 접수한 뒤 5일 뒤에 받으러 오라는 최종 확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선교사님의 경우, 트리뷰반 국립대학 랭귀지 코스의 정식 학생비자를 받기 위해 재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이상을 쫓아다니며 기다리고 온갖 수고를 감당한 끝에 겨우 날짜 넘기지 않고 비자를 받았노라고 하셨다. 날짜가 하루만 넘어도 불법체류자 명단에 오르게 되어 몇 년 동안은 재입국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현재 네팔 거주 외국인 약 4만명 추산, 비자 비용으로만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비자 받는 날, 다 되어서 비자만 들고 나오면 되는 줄 알았더니, 역시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개인 서류를 찾아서 사무실 5군데를 추가로 방문하며 확인하고 사인 받고(두 세명이 모여 앉아 사적인 대화들을 실컷 나누며 급할 게 뭐 있느냐는 듯이 싸인을 한다) 나서야 최종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일을 6개월 마다 한 번씩 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끔찍하다. 

그림  없다, 차선도, 인도도, 신호등도, 질서도...
사업비자의 경우는 한결 수월한 것 같다. 일단 사업자 등록이 되면 규모에 따라 비자 숫자가 정해지며 그 비용도 훨씬 싼 가격에 3년이나 5년 등 장기 비자까지 받는 선교사님도 계시다고 하니(한 두 분의 경우이다) 참으로 존경스럽고 부럽기도 하다. 그래도 이 네팔 땅이 감사하다. 대부분 동남아권 선교사들의 가장 큰 문제가 비자 문제이며 늘 신분을 감추고 신변의 안전을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물론 네팔도 3년 전까지만 해도 정국이 심히 불안하여 마오이스트들이 선교사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협박하고 그 과정에 캐톨릭 사제 서양 선교사 한 분이 미사 집례 중에 터진 폭탄에 의하여 순교 하셨다고도 한다.
아무튼 네팔 땅에 살면서 지불해야 할 것들이 꽤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우체국에서 SMS를 찾는 일,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는 일, 매월 1번씩 전기, 수도, 전화, 인터넷 비용 등을 직접 가서 내야 하는 일 등이 그렇다. 또 이 나라에 네팔리 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에 30년 전쯤 코리안 타임이 있었던 것과 같다. 시계를 아예 10분씩 빨리 가게 해 놓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줄서기 문화도 아직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먼저다, 눈치도 안 본다. 뭔 일 있냐는 듯이...  

주님! 네팔 땅에서 거짓과 불의를 제하시고 정직과 성실의 영을 부으셔서 공의가 넘치게 하소서! 


제 109회기 총회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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