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계가 수재를 당한 국내외 재해민 돕기에 두 팔을 걷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태풍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을 돕자는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13일 “최악의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모금운동을 펼치자”고 공식 제안했다. 모금 기간은 오는 17일부터 12월 말까지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태풍 ‘라이언록’이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을 휩쓸면서 7만명에 육박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윤실은 “주민의 삶과 고통을 외면하고 핵무장으로 치닫는 북한 당국의 행위가 밉다고 해서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면서 “이것이 하나님의 사랑의 법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시가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작은 도움이라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핵무기 개발비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모아진 성금은 제3국 등을 통해 생필품 위주의 현물로 바꿔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한기봉·단장 조현삼 목사)은 허리케인 ‘매튜’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아이티에 긴급구호팀을 보냈다. 구호팀은 11일(현지시간)부터 최대 피해지역인 제레미시 공항 인근의 라빈사블 마을에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구호팀은 쌀(25㎏) 1000포와 옥수수(25㎏) 100포, 티셔츠 2만장, 식용유 1000통과 여성용품, 비누 등을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한기봉 사무국장인 이석진 목사는 이메일을 통해 “마을 주민들에겐 한국 구호팀이 전달한 물품들이 피해를 입은 후 처음 받는 것들이었다”면서 “쌀이 도착했을 때 춤을 추면서 구호팀을 맞이한 주민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회장 유원식)은 1만 달러 규모의 초기 구호 자금을 지난 10일 아이티에 전달하는 한편 인터넷에 모금 홈페이지(goo.gl/rvjzn6)를 열고 모금을 시작했다.
김태일 기아대책 국제사업부문장은 “현재 아이티에는 대통령이 없어 피해 상황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며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돼 국제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태풍 차바’로 이재민이 발생한 울산 지역에서도 교회와 성도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 태화교회(양성태 목사)와 대영교회(조운 목사) 등은 태화종합시장 일대에서 지난 8일부터 자원봉사자 등을 위해 식사 봉사를 펼치고 있다.
울산기독교연합회(회장 이성택 목사)와 울산사랑실천운동본부(대표회장 정근두)는 태풍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교회 5곳을 찾아 성금을 전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회봉사부(총무 오상열 목사)와 현지 교계에 따르면 충신교회와 봉계교회, 물댄동산교회, 내와교회 등 현지교회 5∼6곳이 침수 피해 등을 입었다. 이 가운데 물댄동산교회가 운영 중인 지체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사랑의집’은 순식간에 불어난 물로 시설이 완파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장애인들의 거처 수리 등에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현장을 답사한 오상열 목사는 13일 “피해를 당한 교회에 대해서는 지역 노회 구호 기금을 비롯해 교단 차원의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관심도 요청했다.
이용상 박재찬 강주화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