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혜사 성령이여, 깨끗케 하소서!
총회장 김순권
거룩하신 주님의 은혜로 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와 교회는 개혁과 안정을 열망하는 두 축을 사이에 두고 숨가쁘게 지내 왔습니다. 그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셔서 은혜와 사랑으로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리며,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의 말씀을 통해 이 땅 한반도에서 민족과 세계 역사의 발전을 위해 부여하신 책임을 충성스럽게 감당한 모든 교회와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직도 세계는 분쟁과 전쟁, 폭력과 살육, 그리고 지진과 기아와 질병,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가 곳곳에서 자행되어 하나님의 평화와 정의가 설자리를 잃어 버렸습니다. 더욱이 우리 나라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경제난과 청년 실업, 정경유착에서 오는 부정부패, 북핵 문제와 이라크 파병문제, 조선족동포를 포함한 이주노동자들 문제, 부안 핵 폐기장 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국민들을 혼란 속으로 빠뜨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경제적 난제와 국가적 위기의 근원은 이 나라의 정신적 타락과 윤리적 부패에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교회가 교회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타락된 국민 정신과 윤리를 바르게 회복시켜 경제를 다시 살리고, 국민적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 우리 교회가 이 시대에 해야 할 사명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2004년 우리 교단은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며 개혁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위해 "보혜사 성령이여, 깨끗케하소서!"(시51:10)라는 주제를 가지고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 교단은 깨끗케 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교회 안에서 새로운 신앙운동과 정화 운동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동안 한국교회가 세상을 향한 소금과 빛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함을 반성하고 더 깨끗하기 위해서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여 교회 개혁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교회 개혁은 반드시 성령운동으로 시작하여 마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교회가 새 시대를 위한 살아있는 증거요 희망이 될 것입니다.
둘째, 우리 교단은 개혁교회로서의 장로교 정통성을 확고히 할 것입니다. 사분 오열된 장로교의 명칭아래 장로교의 교리는 사라지고 아무 것이나 받아들이는 경향이 한국교회를 흔들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안으로는 장로교 정통성을 굳게 하면서 밖으로는 더 나은 발전적인 교회로 미래지향적 교회상을 심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 교회는 일치와 연합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 교단은 '외유내강'에 역점을 두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구개혁과 생명살리기운동을 통하여 교회성장제일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지양하고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성 속에서 하나님, 인간, 자연의 일치를 목표로 하는 생명 살림의 생명목회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넷째, 우리 교단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미래지향적인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도로 발달한 정보통신으로 지구촌의 거리가 한껏 좁아져 있으며, 그동안 서양에 의해 움직이고 있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좁은 땅에서 우리끼리 대립하고 경쟁하기보다는 대화합과 약진을 발판으로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수립을 통해 세계로 향하여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전국의 성도 여러분, 이제 우리 민족과 한국 교회는 절망과 위기의 상황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를 깨끗케 하시는 성령님의 능력 안에서 지나온 과거를 반성하고, 우리에게 은혜로 주어진 한 해를 살아계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생명의 성령의 역사 하심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온전히 실현하도록 합시다.
2004년 새해 새아침에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깨끗케 하시는 보혜사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통해 한국 교회와 모든 성도들이 새롭게 거듭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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