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지난 15일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총회장 특별사업을 통해 미인지 한인 자녀의 국적 취득 절차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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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빠의 나라이지만 제게는 기회이자 동시에 상처에요. 제가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으면 좋겠어요. 저도 꿈꾸고 싶어요."(성인이 된 한-필 가정의 자녀)
총회가 미인지 한인 자녀의 국적 취득 절차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기존의 일회성 지원 방식을 탈피해 '환대'를 넘어선 '책임'으로의 방향 전환을 위한 선제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미인지 한인 자녀는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외국인이지만, 아버지와 친자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한국 국적 취득과 가족관계 등록 등에 제약을 받는 자녀를 의미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총회장:정훈)는 지난 15일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에서 이 같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110회 총회장 특별사업을 마련하고 국외 출생 미인지 한인 자녀를 위한 국가적 제도 변화를 주문했다.
총회 사무총장 최상도 목사를 비롯한 총회 관계자, 재외동포청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법률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사업은 1차 콜로키움으로 문을 열었다. 참석자 모두 미인지 한인 자녀의 국적 관리 개선과 이를 위한 국가적 책무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류성환 총무(총회 도농사회처)는 "UN 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적, 행정적, 사회적 결정은 아동의 권리보호와 복지 증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그러나 "미인지 한인 자녀에 대한 권리 보장에 있어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동이 아닌 '한국인 아버지'에 대한 염려를 먼저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법과 제도를 '아동 보호'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비하는 것은 필수 과제로 인식됐다. 류 총무는 "법과 제도상 아동의 보호를 우선시하는 방향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한국인 아버지에 의해 태어난 자녀들이 국내·외에서 지탄의 대상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접근도 요청했다. 그 방향은 돌봄을 수반했다. 류성환 총무는 "정부는 한국인 아버지에 대한 처벌 방식보다는 미인지 한인 자녀에 대한 '포용 정책'을 통해 국가가 아동 보호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콜로키움에서는 필리핀에 체류 중인 한-필 가정 자녀(미인지 한인 자녀)의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 내용을 소개한 김동엽 교수(부산외대·한국동남아학회)는 한인 자녀의 통계를 객관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일부 언론에서 한-필 가정 자녀(코피노)의 수를 1~5만 명으로 예측했지만, 공적으로 확인된 수치는 10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에 이를 객관화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었다. 결국 정책 전환은 인식 변화를 전제로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미인지 한인 자녀)이 정체를 드러내지 못한 이유는 '낙인' 때문일 것"이라며 "기독교 단체가 앞장서 이들을 버려진 아이가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품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단순한 수혜 대상이 아닌 소중한 인적 자산이자, 미래의 주인공으로 양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해외 선교사와 NGO의 활동을 연계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서적 지지가 가능한 돌봄 사역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또 유기적인 지원에 힘을 쏟는다면, 교육과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해 공평한 양육까지 보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김 교수는 정부와 시민단체를 향해 개선 과제도 제시했다. 인지 및 국적 취득을 위해서는 DNA 확인만으로도 인도적 지원이 가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업무 범위를 해외 체류 아동까지 확장 △현지 한글학교 지원 강화 및 대학 입시 정보 제공 △국적 취득 전 아동과 양육자를 위한 특별 체류 비자 신청 등을 포함했다.
이날 '해외 국민 자녀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와 관련 법적 개정'에 대해 발제한 이진혜 변호사(이주민센터친구)는 미인지 자녀들이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의 자녀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해외에서 무국적자로 거주하는 경우, 이는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및 국적을 취득할 권리가 침해된 상태"라며 "아동의 국적국인 대한민국 및 아동이 거주 중인 국가에서 조속히 출생등록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본권 보호를 위한 법률적 지원의 권리를 통해 가족관계 등록에 관한 사무와 아동의 양육비 청구 등 아동의 생존·발달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해외 체류 여부를 불문하고 지원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발제 후 별도의 간담회에서는 정부 실무자와 소통하며 현실적 문제를 짚었다. 재외동포청 이규현 과장은 "정부가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대상자가 있어야 그들을 사회적 약자로 배려할 수 있다. 안정적인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라며 "기독교가 관심을 갖고 정책 대상을 데이터화하는 일에 협력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마지막 발언을 한 김동엽 교수는 참석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발언을 통해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특별히 이번 행사를 기획한 본교단 총회를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이었다. 김 교수는 "문화적 접근을 통하면 미인지 한인 자녀 문제는 필리핀에서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요구가 있으면 수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고, 이를 공론화해 확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을 위한 사역의 측면으로 접근해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효율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총회 사무총장 최상도 목사는 "우리 사회 내 가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교회 내 인식 개선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성을 위해 전문가 및 관계 부처와 협의하며 접근하겠다. 특히 이 같은 과제의 해결 방안은 '한국과 필리핀 청년 교류'로 시작한다"고 전했다.
교단 총회는 오는 23~27일 필리핀 청년들을 초청해 환대하며 한국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26일 주일에는 여수 여천교회에서 '환대와 연대의 예배'를 드리고 한국교회의 공적 사명을 결단한다. 이 과정의 세부적인 이행을 위해선 오는 29일 2차 콜로키움을 열어 보다 구체적인 교회적 과제를 모색하고, 그 결과물을 토대로 오는 6월 11일 총회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임성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