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원(54) 목사는 2009년부터 국내에 있는 아프리카 난민과 필리핀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이주민 사역을 하고 있다. 박 목사가 사역하고 있는 경기도 동두천시 자유로운교회는 출석 교인 40여 명 대부분이 아프리카인이다. 그의 사역지는 한국이지만 사역 대상은 선교지와 다름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총회가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이주민 선교 정책 세미나’에서 박 목사는 “이주민 선교는 예배와 더불어 이주민의 산업재해·비자·임금체납·의료 문제 등 삶 전반을 돌봐야 한다”며 “해외 선교와 달리 후원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생활·재정적 부분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다음세대 이주민 선교사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토로했다.
예장통합은 이날 세미나에서 박 목사와 같은 이주민 사역자를 선교사로 인정하는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예장통합은 이주민 선교사 제도를 2011년부터 논의했고 2년 전에도 여러 활동과 세미나를 열었지만 총회에서 결의하지 못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는 2021년 국내 이주민 선교사 제도를 시작하는 등 예장합동(총회장 오정호 목사)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직무대행 김일엽 목사)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류승동 목사) 모두 이주민 선교사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이주민 선교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교인 감소로 인한 교회 존폐 갈림길에서 이주민에 대한 전문적인 선교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예장통합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교인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한국 내 이주민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약 260만명이며 이는 대한민국 총인구의 5%를 차지하는 수치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연구원 원장은 “정부 정책이 변하고 예산이 마련된 상황에서 시대를 이끌어야 할 개신교가 뒤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곽 원장은 이어 “이주민 문제가 인구문제 해결책을 넘어 사회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며 “전문성을 가진 고임금·숙련된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이주민의 직업 다양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맡은 박 목사는 총회에 전문 이주민 사역자를 양성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목회자와 성전이 중심되는 제도적 교회에서 벗어나 사람을 향해 가는 선교적 교회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주민의 필요에 반응하는 이주민 사역자를 키우고 지원하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