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목회 칼럼
-기독공보제공-
임신영 목사(춘천동부교회)
작은 자에게 희망을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 시대의 작은 자를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빠르게 고령화 되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빈곤, 질병, 고독, 역할 상실 등 4중고의 문제를 안고 있다. 노인들이 직면하는 생계비 문제, 노후에 자주 나타나는 만성 질환과 심신 쇠약으로 인한 건강 문제, 은퇴 후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 및 지위의 상실 내지는 저하, 이런 모든 것들로 인한 고독감과 소외감 등은 현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경우 국가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이 매우 부족하고, 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심각한 수준이다. 나는 노인들의 아름다운 노후 생활을 위해 교회가 조금이나마 그들을 섬겨야 한다고 본다. 노인들에게 여가 생활을 선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더불어 삶의 소망도 회복시켜주고, 무엇보다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기쁨으로 수용하고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게 해 주는 사역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해부터 우리 교회는 경로대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 동안 교회 건축을 추진하며 아직 헌당도 못한 상태여서 경로대학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 믿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밥해 먹이고 놀게 해주는 일은 예산 낭비'라는 의견이 강했다. 그러나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사회에 죽어 가는 영혼을 살리고, 삶의 소망을 주는 일에 있다고 본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가장 우선인 것이다. 그래서 어려움 가운데도 경로대학을 시작했고 만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 했다는 마음이다.
경로대학에 다니는 한 할머니는 "내가 절에 60년을 다녀도 이런 기쁨을 못 느꼈는데, 교회 와서 인생의 기쁨과 소망을 찾게 됐어"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집안이 넉넉하고, 자녀들도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대화 상대가 없어 외롭던 차에 경로대학에 나온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한다.
매주 목요일이면 1백80여 명의 노인들이 유익한 활동을 하고 맛있게 식사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이 노인들이 나가서 우리 교회를 얼마나 자랑하는지 교회 홍보가 필요 없는 상태이다. 이처럼 다가오는 시대에는 노인의 생명을 살리는 목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내가 살고 있는 강원도는 노인의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더욱 그들의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갖고 목회를 해야만 한다. 그래서 경로대학에 오시는 분들이 그냥 여가만 선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 생명을 가지고 이 땅을 살아가도록 가정방문도 시작하게 되었다. 노인들이 가정방문을 얼마나 기다리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문밖에서 기다린다. 어떤 분들은 경로대학에서 가정방문을 온다고 자녀들에게 이야기해 집 청소부터 음식까지 철저히 준비하기도 한다. 어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전도하려고 노력해도 잘 안 됐는데, 경로대학 가정방문을 통해 변화하는 어머니를 보며 자주 방문해 달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 땅에서 소외되어 있으며, 고독하게 살아갈 노인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가질 때 꺼져가는 등불과 같았지만 주님 안에서 생명이 소생하는 놀라운 역사를 체험하게 된다.
스스로 작은 자가 되어 고통스런 자리에 서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갈 때 고통과 사람들의 소외는 극복된다. 내가 그들의 손과 발이 되고, 내 건강과 물질이 그들의 물질과 건강이 되고, 내 기쁨이 저들의 기쁨이 될 때 비로소 노인들의 4중고는 조금씩 극복될 것이다. 노인들의 생명을 살리는 목회에 우리 모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심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