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사들 감염 확산, 한국교회의 관심·격려 절실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1년 01월 22일(금) 16:35
교육관 건축 현장의 김현태 선교사와 아이들. 현지 아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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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선교사에게 보내 온 식료품들. 다수의 선교사들이 연고가 없는 외국인으로 생활하며 방역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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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1년을 맞으며 '인구 10만 명 기준 OECD 국가 중 세번째로 낮은 확진률'이라는 성과를 내놓은 가운데, 국내에 비해 의료환경이 열악하고 외국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선교사들은 훨씬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총회 세계선교부(부장:서화평, 총무:홍경환)에 따르면 현재 총회 파송 선교사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인원은 총 23명이다. 전체 선교사 수가 1538명인 것을 감안하면, 총회 파송 선교사의 약 1.5%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셈이다. 10만 명 중 확진자수로 환산하면 선교사 확진은 1495명으로 국내 10만 명 당 확진자수 141.8명의 10배가 넘는다. 상당수의 선교사가 국내에 들어와 있고, 파악이 안 된 확진자도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감염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는 지난주 선교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3명의 선교사를 온라인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외국인이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선교지는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통화한 세 선교사가 모두 입원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열악한 현지의 의료 체계 △많은 치료 비용 △외국인이라는 한계 등을 이유로 꼽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김현태 선교사는 지난해 11~12월 부부가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 김 선교사는 "'병원에 가면 안 죽을 사람도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료 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 상당수 선교지의 현실"이라며, "아내는 증세가 매우 심했지만 병원에 가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홍두석 선교사 부부도 지난해 11월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재택 자가치료를 택했다. 홍 선교사는 "입원해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비상용으로 구입해 놓은 타이레놀, 항생제를 복용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확진 이후 기침이 심해져 CT촬영을 받은 그는 "확진자임을 밝혀도 병원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코로나19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낮은 단계"라고 전했다.
익명으로 의견을 전한 중앙아시아의 A 선교사는 "병상이 부족해 호흡이 어려운 정도가 돼야 입원이 가능했고, 아이들까지 감염됐지만 해열제와 감기약으로 버티며 상태가 호전되길 기도했다"고 밝혔다. 그 역시 "입원해도 의료시설 부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가격리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게 지방도시들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남아공에선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중환자실 입원시 하루 150만 원 정도의 치료비가 발생하며, 방글라데시 병원에서 CT를 촬영한 홍 선교사는 한국의 10배인 60만 원 정도를 지불했다. 몇 일만 입원해도 수백 만원의 치료비가 청구되는 게 선교지들의 현실이었다. 중앙아시아 A선교사는 "현지의 코로나19 검사비가 노동자 한 달 최저임금의 3분의 1 정도라며, 증세가 심각해 져야만 검사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현태 선교사는 현지 의료보험에 가입한 선교사가 극히 적은 점을 언급하며, "대부분의 선교사가 비용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더 발전적인 대안이 모색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 증상은 고열, 기침, 구토, 두통, 근육통, 설사 등이 주를 이뤘고, 심한 경우 호흡곤란을 겪기도 했다. 감염을 인지한 후 보통 15~20일 사이에 회복됐으며, 회복 후에도 숨이 가쁘고, 근력이 떨어지며, 쉽게 피곤을 느끼는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
취재에 응한 선교사들은 '배우자 또는 자녀가 차례로 감염됐지만 서로를 돌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그러면서 "격리 상황에서 음식이나 약품을 구하기 힘든 미혼 선교사의 경우 지인들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감염시 사역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장애인들을 돕고 있는 홍두석 선교사는 "나로 인해 현지인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염려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확진 사실을 인지한 후 만났던 사역자와 장애인 가족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비용을 지원했다. 다행이 감염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사역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중앙아시아 A선교사도 "교인이 아플 때 위로하는 것이 목회자의 중요한 역할인데 코로나19로 찾아갈 수도 없고 심지어 장례식조차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역지에선 아직 마스크 착용도 일반화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상당 기간 비대면 예배를 드리다 최근부터 현장 예배를 드리고 있는 이들은 "예배시 교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고, 가족들과 함께 사용할 방역용품도 나눠주고 있다"고 전했다.
홍두석 선교사는 "현지인들은 구호물품보다 어려울 때 찾아와 위로해 주는 모습에 더 감동하는 것 같다"며, 선교지에서 더 많은 위로와 나눔이 이뤄지도록 기도를 요청했다. A 선교사는 "지금은 선교지에 있는 선교사도, 한국에 있는 선교사도 모두 힘든 시기"라며, 한국교회가 선교사들의 재충전과 지속적인 사역을 위해 격려에 힘써 줄 것을 소망했다. 김현태 선교사는 "감염병 상황에서도 선교지에는 복음을 듣기 위해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후원교회들이 함께 기도해 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