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교사 감염도 잇따라, 안전 위한 철수 검토해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4월 30일(금) 07:59
선교사가 전달한 음식 꾸러미를 받고 포즈를 취한 인도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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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에서는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국민들의 안전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일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 거주하고 있는 1만1000여 명의 교민 중 100여 명이 이미 확진된 것으로 확인되어, 인도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안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4월 19일에는 국내 교단 소속의 이 모 선교사가 코로나19 감염으로 뉴델리에서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15일 부인과 함께 입원한 후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겪었으나 산소 확보가 원활치 않은 현지 상황 때문에 18일 대사관 등의 도움으로 어렵게 산소발생기를 갖춘 중환자실을 확보했지만 끝내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선교사의 증언에 따르면 이 모 선교사 이외에도 여러 선교사들의 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J선교사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인도에는 주재원들이 많은데 이들은 회사에서 보호를 한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각자 방역을 하고 스스로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현지 소식에 따르면 현재 델리는 통행금지가 2주째 지속되어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인근 도시들도 저녁이면 락다운(Lock down) 상태로 왕래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루 확진자 수가 1~3만 명 정도였던 인도에서 최근 3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에는 3월 말 힌두교 신년 맞이 축제인 '홀리' 행사 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갠지스 강에 모여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고 행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5월에는 케랄라와 웨스트뱅갈에서 주지사 선거가 있는데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구를 대거 동원해 선거를 치르고 있어 바이러스 확산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지 선교사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줌(zoom)으로 예배 드리거나 성경공부를 하고 있고,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역지에서 현지인들을 만나면서 선교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교사는 "많은 이들이 직장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미널에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감염으로 죽는 사람 이외에도 차가 없어 걸어가다가 사고로 죽는 사람, 42도의 고온 속에서 탈진해서 죽는 사람,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선교전문가는 "인도 선교사들의 안전에 대한 위험이 심각한 상태인만큼 인도 선교사 파송 교회들이 선제적으로 선교사 철수 권고 명령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선교사들에게 스스로 철수 결정을 내리라고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세계선교부 본부와 파송교회가 철수 권고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선교지 철수 권고를 내리더라도 인도 선교사 중에는 귀국하지 않으려 하는 선교사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가 힌두교 우선주의 정책으로 종교 차별이 거세 선교사들의 비자발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관광비자로 사역을 진행하는 이들은 재입국이 어려워질 수 있어 비자 만료 전까지는 선교지를 지키겠다는 선교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선교사들은 선교의 문이 조금씩 열리는 긍정적인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고 말한다. J 선교사는 "코로나19로 인해 힌두교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기독교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며, "현지인들은 국가와 힌두교가 도와주지 않는데 기독교는 자신들을 도와준다며 복음 전할 때 마음이 열리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한국-인도 간의 부정기 항공편 운항이 일시 중단되어 인도 거주 교민들의 국내 입국을 막는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내국인의 이송 목적의 운항을 허용하고 있으며 추가 부정기편의 신청 시에 정부는 신속하게 허가할 방침이고, 교민의 귀국 지원 등 우리 교민 보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