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최은숙 기자】 선교사 고령화와 은퇴 증가, 신규 선교사 감소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선교의 지속가능성이 한국교회 선교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한국 장기 선교사는 2만 1621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평균 연령은 53.9세, 50대 이상 비율은 69.25%에 이른다. 향후 5년 안에 전체 선교사의 25~30%가 은퇴 연령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동안 일궈온 선교의 열매를 어떻게 다음세대로 이어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한인교회(이리노 목사 시무)에서 열린 제7회 PCK 선교서밋은 한국교회 선교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세계 각지에서 사역하는 100여 명의 선교사들은 '지속가능한 선교(Sustainable Mission)'를 주제로 현지인 리더십 양성과 세대 계승, 동반자 선교를 강조하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복음 사역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PCK 세계선교사회 대표회장 성원용 선교사는 "과거 복음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유럽 교회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오늘날 한국 선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성찰해야 한다"며 "외형적 성장에 매몰되지 않고 선교의 본질에 집중하며 현장 중심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이번 미션 서밋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한국 선교 구조적 쇠퇴, 재정 정책 혁신 필요
첫 번째 세션에서 발제한 김윤태 목사(신성교회·대전신대겸임교수)는 한국 선교가 정체기를 지나 구조적 쇠퇴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장기 선교사의 50대 이상 비율이 69%를 넘는 초고령화 단계에 진입한 반면 신규 선교사 유입은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으며, 현재 연간 사역 중단 비율은 3.17%에 달하고 신규 유입은 3.10% 수준에 그쳐 입구와 출구에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향후 5~10년 안에 대규모 은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교 현장의 경험과 네트워크, 사역 역량이 한꺼번에 이탈하는 '은퇴 엑소더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현재 교단이 유지하고 있는 '개별후원 방식(One to One System)'의 한계를 지목했다. 선교사 개인이 후원자를 확보하고 재정을 책임지는 구조가 선교사 간 재정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교단 차원의 전략적 자원 배분과 멤버케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교수는 개인 후원 체계의 자율성은 유지하면서도 공교회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느슨한 세미풀링(Loose Semi-Pooling)' 시스템을 제안했다. 선교비 창구를 일원화하고 일정 비율의 공동기금을 적립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교사를 지원하는 안전망을 구축해 선교 생태계의 회복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교인 수에 비례한 선교 상회비 제도와 전문 기금 운영 체계 구축 등을 제안하며 선교사들이 모금 부담과 노후 불안에서 벗어나 사역과 현지 지도자 양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속가능한 선교는 얼마나 많이 파송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파송한 선교사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라며 "재정정책의 혁신 없는 선교 구조 개혁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립·자치·재생산…현지인 중심 선교 모델 제시
'지속 가능한 선교: 세대를 잇는 선교 사례'를 발표한 윤순재 선교사(전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 총장)는 선교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선교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가 아니라 "선교사가 떠난 뒤에도 사역이 계속되는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선교사가 떠난 뒤에도 현지인에 의해 계속 이어지는 구조가 지속가능한 선교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윤 선교사는 지속 가능한 선교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자립(Self-support), 자치(Self-governance), 재생산(Self-propagation)을 제시했다.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 공동체가 스스로 운영되며, 현지 지도자가 사역을 이끌고, 다시 새로운 지도자를 세워 복음을 확장하는 구조가 마련될 때 선교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모델의 사례로 세브란스병원과 연희전문을 이끈 에비슨 선교사를 소개했다. 에비슨은 선교사 개인의 헌신에 머무르지 않고 병원과 학교라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으며, 은퇴 전 한국인 지도자에게 리더십을 이양함으로써 사역의 지속성을 확보했다.
윤 선교사는 실제 사례로 자신이 설립한 몽골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IUU)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어학원으로 시작한 사역을 유치원부터 대학원 과정까지 연결되는 교육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수업료와 한·몽 사전 편찬 및 디지털 콘텐츠 사업 등을 통해 재정적 자립 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현지인 중심의 운영 구조를 구축해 교수진의 90% 이상을 몽골인으로 구성하고 모든 교육 과정을 현지어 중심으로 운영해 토착화된 교육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그는 대학이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갖춘 이후 총장직을 내려놓고 현지 지도자에게 리더십을 이양한 경험을 나누며 "지속 가능한 선교는 결국 선교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현지 교회와 지도자가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동반자 선교의 가능성, 파송교회의 인식 전환
지속가능한 선교를 위한 대안으로 '우정에 기반한 동반자 선교'도 제시됐다. 남성현 교수(장신대)는 미국 선교사 셔우드 에디와 인도인 지도자 V.S. 아자리야의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선교가 일방적인 지원이나 프로젝트 중심의 관계를 넘어 현지 교회와의 수평적 신뢰와 우정 위에서 이뤄질 때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비전을 나누는 동반자 관계가 선교의 중요한 토대라고 설명했다. 독일남부지방한인교회에서 사역하는 이권호 목사는 독일 선교 현장 경험을 사례로 삼아 에큐메니칼 선교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선교는 본질적으로 에큐메니칼(연합과 협력)이어야 하며, 교회는 서로 다른 문화와 교단을 존중하며 함께 배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도 중심이 아닌 지역교회 현장의 풀뿌리 에큐메니칼 운동과 영성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승현 교수(주안대학원대학교)는 선교의 지속가능성이 선교지뿐 아니라 파송 교회의 체질 변화와도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안교회와 남촌교회의 사례를 통해 선교가 특정 부서나 일부 헌신자의 사역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 전체의 정체성과 문화로 자리 잡을 때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모든 성도를 '보냄 받은 선교사'로 세우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의 전환이 앞으로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과제라고 제안했다.
#지속가능한 선교의 핵심은 사람을 세우는 일
한편 이번 서밋에서 논의된 '지속가능한 선교'에 대해 현장의 선교사들도 "선교사 감소와 고령화라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선교의 미래를 사람과 공동체, 그리고 다음 세대 안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사역하는 박종필 선교사(신숙희 선교사)는 이번 서밋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단어로 '지속'과 '동반자'를 꼽았다. 그는 "발제와 논찬, 그룹토의에서 나눠진 이야기들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주제들이었다"며 "사역의 현장에 섬처럼 분리돼 더 이상 선교 사역이 이어져 갈 수 없음에 대한 긴급성과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깊이 남았다"고 말했다. 또 "이전 선교 주기가 교회와 학교, 병원 건축 등 건물 중심의 사역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동역자들과 함께 어떤 선교를 이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브라질장로교단(IPB)과 의료선교단체, 난민선교단체 등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35년간 아프리카에서 사역해 온 이은용 선교사(케냐)는 "지속가능한 선교의 핵심은 결국 사람을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돈을 넘겨주는 것은 5분이면 끝나지만 현지인들의 행정력과 리더십을 키워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선교의 지속가능성은 재정이나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지 지도자를 세우고 그들이 다시 다음 세대를 양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Be there among them(그들 가운데 있으라)"이라는 자신의 선교 경험을 소개하며 "현지인들과 함께 살아가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 선교의 출발점"이라며 지속가능한 선교는 "선교사가 사라진 뒤에도 하나님 나라의 사역이 계속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사람을 세우고 사역을 이양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